꿈은 머리로만 꾸는 게 아니란 말이 있다. 상상하고 생각한 걸 행동에 옮길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다는 의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하고 싶은 일에 성공했을 때’가 아니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지 않을까.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부들을 만났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이 인기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하느라 혼자만의 시간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남자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 시청자는 방송을 보면서 일종의 연대감과 대리 만족을 느낀다. 프로그램 내용을 여성의 생활에 적용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게 사실. 하지만 주변에서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사례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여성연구소 김영주 사무국장은 “엄마와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누군가를 계속 돌봐야 하는 여성들이 그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자아를 찾는 건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 가운데 지금 실행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Case 1 수능 치르고 교대 입학한 박현아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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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 아들을 둔 박현아(38)씨는 경인교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서른다섯에 수능 공부를 시작해 1년 만에 대입에 성공한 것. 적지 않은 나이에 도전을 감행한 건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는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고 싶어 교대 입학을 결심했다고.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어요. ‘그 나이에 뭣 하러 힘들게 공부냐?’ ‘중간에 포기할 텐데 괜히 고생하지 마라’ ‘그냥 학원 강사로 일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만류하고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돌보면서 입시 준비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집 근처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박씨가 어려움을 느낀 과목은 영어와 수학. 독학하는 대신 취약한 부분은 온라인 강의로 보충하고, 모의고사 문제 풀이 특강을 들으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수능 시험을 치르고 온 날, 점수가 어떻게 나왔을지 긴장돼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더군요. 가족이 모두 잠든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적어온 답안을 정답과 비교했는데, 예상보다 점수가 훨씬 잘 나온 거예요. 가슴이 터질 듯이 기뻐서 혼자 거실을 팔짝팔짝 뛰어다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살림하는 주부로서 학비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박씨는 고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학교 장학금 제도를 활용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한다. 늦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성적 장학금을 놓치지 않는다는 귀띔. 대학 생활을 시작한 뒤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직업을 여러 번 바꾸면서 ‘뭘 해도 안 된다’고 느끼던 패배 의식이 사라지고 충만한 자신감이 찾아온 것. “강의 시간에 배우는 내용 하나하나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는 평생직장을 얻어서 노후에 대비해야겠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사랑으로 대하는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게 앞으로 계획이자 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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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영어 완전 정복에 도전한 김혜진씨 |
“몇 년 전 아이가 다니던 문화센터 원어민 영어 강사와 오해가 생긴 적이 있어요. 부당한 상황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따지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남았죠. 담당 직원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됐어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로 ‘영어 프리 토킹’을 선택한 김혜진(38)씨(사진 왼쪽). ‘중학생 때부터 영어에 투자한 시간에 비하면 언어 구사력은 정말 형편없다’는 자괴감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실행한 방법은 하루 종일 교통방송 영어 FM을 틀어놓는 것. 인터넷 영어 공부 카페에 가입, 회원들이 올린 어휘나 유용한 표현을 출력해 외우는 것도 행복한 일상이 되었다. 외출할 때는 회화 책을 가져가 짬짬이 들여다본다고. “올봄부터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학원에 다니면서 스피킹 실력을 기르는 주부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반찬 값을 아껴서라도 원어민 회화 강좌를 수강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공부를 시작한 뒤 가장 즐거운 순간은 자막 없이 미국 드라마의 내용을 이해할 때. 귀가 조금씩 열리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신이 난다. 남편의 외국인 동료와 통화할 일이 생겨도 겁먹고 손사래를 치는 대신 즐겁게 대화에 임한다고. ‘영어 공부에 목마른 주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묻자, ‘하루에 5분이라도 영어를 사랑스런 연인처럼 가까이 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꾸준히 익히는 게 왕도라는 의미다. “최종 목표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하는 거예요. 말하고 싶은 모든 문장을 영어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거죠. 그래서 영어 교사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테솔(TESOL)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에세이와 인터뷰 등 테스트를 통과해야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던데,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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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3 가야금과 친구 된 나혜진씨 |
본지 리포터 나혜진(35)씨는 가야금 연주에 푹 빠져 지낸다. 가야금 선율에 마음을 빼앗긴 건 지난해 TV에서 국악을 배경 음악으로 한 CF를 접하면서부터. KBS-1TV <국악한마당>을 챙겨 보면서 악기와 연주법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고요하고 부드러운 소리에 마음에 편안해지더군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시간을 활용해 뭔가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던 터라 오래 망설이지 않았어요. 바로 문화센터에 등록했죠. 악기는 평생 친구라고 하잖아요? 새로운 친구랑 사귀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나씨에게 가야금은 일종의 피난처다. 가야금 줄을 튕기면서 연습에 몰입하면 육아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국악을 접하는 것도 또 다른 장점. 친구들과 선생님께 엄마의 가야금 연주 실력을 자랑하고 다닌다고. “올해 초부터 국립국악원에 다니고 있어요. 요즘은 가야금 산조를 배우는데,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어서 연주하기 까다로운 부분도 많아요. 어려운 만큼 재미도 덜한 단계지만, 참고 열심히 하려고요. 남편도 기왕에 시작한 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면서 격려한답니다.” 나씨는 악기를 배울 때는 처음부터 전문 기관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기본기를 완벽하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악기를 구입할 때도 저렴한 연습용 악기보다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연주용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 큰맘 먹고 악기를 장만하면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끈기 있게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가야금을 연주하면 행복해져요. 남들이 지니지 못한 재주가 있다는 생각에 만족감도 크고요. 시아버님께 ‘칠순 잔치 때 가야금 연주를 들려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아름답고 근사한 연주를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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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산행으로 건강과 활력 찾은 이춘례씨 |
3남매를 둔 이춘례(47)씨는 40대에 꼭 해야 할 일로 건강 지키기를 꼽는다. 엄마가 병에 걸려 아프거나 축 늘어져 지내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 운동은 나를 아끼는 일인 동시에 가정을 가꾸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마흔이 넘으니까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더군요. 배가 나오면서 변비도 생기고, 몸이 예전 같지 않게 무거운 거 있죠? 그래서 생각한 게 등산이에요.” 이씨는 매일 아침 집 앞 삼성산에 오른다. 일행 없이 혼자 산행을 즐기지만 불편한 점은 없다. 오히려 등산 코스나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편하게 운동할 수 있어 좋다고. 아침 산행을 시작하면서 건강은 물론 자녀와 관계도 좋아졌다. “산에 오르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밥맛도 훨씬 좋아졌어요. 주변 사람들이 얼굴에 생기가 돈다면서 한마디씩 칭찬한다니까요. 생활에 활력이 생기니까 아이들도 웃는 얼굴로 대하고요. 산에 다니면 쉽게 지칠 것 같지만, 오히려 힘이 생기고 에너지가 넘친답니다.” 올여름 삼복더위에도 산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얘기. 새소리, 물소리, 나무 냄새를 벗 삼아 숲속을 걸으면 온몸이 흠뻑 젖어도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고. 이씨는 점심 모임이나 급한 볼일이 생겨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잠깐이라도 산에 다녀오려고 노력한다면서 운동을 미루는 주부들에게 등산을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30대부터 조금씩 꾸준히 운동하면 건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조언.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숨이 차고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잖아요. 산에 오르면 천천히 걸으면서 운동의 강도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좋아요. 게다가 비용도 들지 않으니 일석이조죠. 땀을 흘리면서 정상에 오른 뒤 서울 시내를 내려다볼 때면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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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5 자원봉사로 사회 활동의 문을 연 조정호씨 |
“같은 빌라에 사는 이웃들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어요. 한 명 두 명 쓰레기를 몰래 가져다 버리더니 금방 1층 집 창문을 덮을 정도로 쌓이더군요. 쓰레기를 치우고 분리수거 봉사를 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 아들의 엄마인 조정호(45)씨가 환경지킴이로 변신한 건 공동주택 쓰레기 처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분리수거일을 지키라’는 말에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따지는 주민들을 보면서 환경 교육을 받기로 결심했단다. 현재 그의 정식 직함은 기후변화 대응 활동가. 서울시 에코닥터로도 활동한다. 구청 환경과에서 실시하는 기후변화 대응 교육을 받은 뒤, 아주대 온라인 환경 교육, 시립대 환경지도사 교육, 환경교육협회 환경지도자 연수, 세종대 에코닥터 교육을 차례로 수료하면서 자질을 키운 덕분이다. 어린이집과 초·중학교, 자원봉사센터에서 기후 관련 강의도 한다. 자발적 봉사 활동이 전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로 작용하고, 사회 활동가로 변신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조씨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로 자원봉사를 꼽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체험전’ ‘에너지 절감 마을 프로그램’ ‘자원 순환 나눔 실천 한마당 축제’ ‘지구촌 불 끄기 운동’ 등 환경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봉사하러 다니면서 개인적인 자유 시간은 줄었지만 오히려 내적 충족감은 커졌어요. 아이들과 함께 가족 봉사를 하면서 시간과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고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기쁨도 크고요. 여러 사람을 만나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기 때문에 사명감을 느낄 때도 많답니다.” | |
Mini Interview 50개국 세계 일주 꿈 이룬 보통 아줌마 오현숙씨 |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같이 하며 사세요”
3040 여성들이 꿈꾸는 죽기 전 가장 하고 싶은 일 1위는 ‘세계 여행’이었다. 누구나 떠나고 싶지만 모든 걸 접고 떠날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아 그저 꿈만 꾸게 마련. 하지만 1남 1녀의 엄마 오현숙씨는 30년 동안 생활고 해결과 자녀 교육 뒷바라지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면서도 ‘세계 일주 여행’의 꿈을 놓지 않았다. 결국 19개월 동안 50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고, 꿈을 현실로 바꿔놓은 멋진 여자로 거듭났다.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해도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다면, 쉰한 살의 인생 선배 오현숙씨 얘기에 귀 기울여보자. 취재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사진 제공 오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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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본인의 3040 시절은 어떠했나요?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간 뒤 일을 시작했어요. 언제든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일했는데, 인형 도매업과 컴퓨터 가게, 작은 공장 등을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음과 양이 있듯이 일하면서 엄마의 손길이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길러주기도 했다고 생각해요. Q2 후배 주부들에게 ‘이것만은 꼭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면? 저는 항상 제 나이를 사랑해요. 주름진 얼굴도, 하나 둘 올라오는 흰머리도 다 인정합니다. 지금껏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같이 하며 살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야 삶이 덜 지치고 조금은 여유로워지거든요. 가끔은 자신에게 상을 주세요. 그리 길지 않은 인생, 죽도록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 허무하잖아요. Q3 설문 조사 결과 여행에 대한 로망이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 언 제부터 계획했고, 경비나 언어, 두려움 등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제가 가장 소망하는 일도 세계 여행이었어요. 공장을 그만둔 후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딸이 유학 갈 때 아들을 군대 보내고,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집을 세놓고 가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언어 문제는 영어를 배워보려고 나름 노력해봤지만 이미 굳어버린 머리로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터라 관뒀지요. 전 세계를 다녀야 하는데 그렇다고 전 세계 언어를 다 배울 수도 없으니 그때그때 직접 부딪치기로 했습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두려운 마음은 들었어요. 위험한 지역은 절대 가지 않았고 해가 지기 전에 꼭 숙소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어요. 위험한 일을 당했을 경우에 대비해 복사한 여권과 사진, 외무부 연락처를 지니고 다녔습니다. Q4 세계 일주를 하면서 겪은 인상적인 에피소드들도 많았겠네요. 이집트는 바가지 가격으로 유명해요. 일단 이집트 상인들은 모두 바가지를 씌운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집트 동쪽 끝에 있는 바닷가 도시 다합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했는데, 바다 속 보는 것이 좋아 하루 더 머무르다 이스라엘로 가기 위해 타바행 버스를 탔지요. 나흘간 매일 스노클링을 했더니 감기가 걸린 탓에 몸이 무척 피로해서 국경까지는 택시를 탔어요. 택시를 탈 때 10분밖에 안 걸리니 5파운드만 내겠다고 흥정을 했는데, 도착하니까 10파운드를 내라는 택시 기사 말에 기가 막혔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확 성질을 내며 눈을 부라렸더니 간이 콩알 만해진 택시 기사가 놀란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 가방을 둘러메고 약속한 5파운드를 던져주고 내렸어요. “내가 누군 줄 알아? 대한민국 아줌마야! 더 이상 이집트의 바가지 상술 못 봐줘!” 했죠.(웃음) 제가 만나본 젊은 여행자들은 유럽을 참 좋아했어요. 유럽은 대부분 선진국이기 때문에 배울 것도, 볼 것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물가는 엄청 비싼 곳이에요. 또 유럽 쪽 사람들은 참 무뚝뚝해서 철저히 가이드북에 의존해 여행했어요. 유럽엔 어느 대륙보다도 박물관과 성당, 고성이 많았지만 프랑스 루브르부터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기까지 남의 나라에서 가져온 수많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관은 물론 미라까지도. 도대체 왜 남의 나라의 관과 시체까지 옮겨온 것인지. 남아메리카의 대부분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침략으로 언어와 문화를 빼앗기고 정글이나 산속 오지로 쫓겨난 원주민들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먹고살기 힘든 원주민들이 총과 칼을 들고 도시로 나와 떼를 지어 강도 짓을 할 수밖에 없고요. 아프리카 역시 비슷한 처지였지요. 나라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Q5 꿈을 이루길 망설이는 주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세계 여행이란 지금까지 내가 살던 일상과는 다른 세계입니다. 여행 내내 날마다 놀랍고 흥미롭고 가슴 뭉클했으며, 여행 후엔 눈과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들을 되새김질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어린답니다. 인간의 일생은 생각보다 짧고,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더 짧습니다. 건강과 돈과 시간이 다 갖추어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먼저 계획을 세우고 용기를 내어 꿈을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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